이어폰 에이징, 헤드폰 에이징, 스피커 에이징 등등

 

에이징은 미신이냐 아니냐..

 

음향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빠지지 않는 논쟁거리 중 하나입니다.

 

일단 이 단어가 뭔 뜻인지부터 알아야겠죠.

 

 

먼저 에이징(aging)은 쉽게 말해 음향기기의 몸풀기, 길들이기입니다.

 

즉 일정기간의 사용이 끝나면 음질이 좋아진다는 말이지요.

 

에이징이라는 용어는 전자기기 혹은 와인, 고기 등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번인(burn-in)은 인터넷에서 에이징이라는 말과 사실상 동의어로 쓰이고 있습니다.

 

 

뇌이징은 뇌+에이징의 합성어로 음향 기기의 소리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뇌가 적응해서 소리를 다르게 느낀다는 뜻입니다.

 

귀이징이라고도 합니다. 

 

 

 

그래서 에이징은 미신인가요?

 

아니요.

 

에이징을 하면 음질이 실제로 좋아지며 이는 물리적으로 그렇게 되어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좋아진다기보다는 제성능을 발휘하게 된다는 말이 정확합니다만, 결국 같은 말입니다.

 

 

그럼 뇌이징은 미신인가요?

 

아니요.

 

사람의 뇌와 감각은 변화에도 잘 적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둘 다 실재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뇌이징은 많이들 이해하고 알고있는데 에이징에 대해서는 이해를 못하는 분이 종종 보이더라고요.

 

심지어는 에이징이 없다고 굳게 믿는 분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소리가 변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꼭 좋은 쪽으로 변하는지는 알 수는 없다.'

 

'좀 틀어놨다고 음질이 달라지면 불량품 아니냐?'

 

'몇십~몇백 시간 동안 소리가 그렇게 바뀌면 몇천 시간 들으면 소리가 변하다 못해 망가지겠네?'

 

'에이징 해서 좋아진다면 제조사들이 왜 에이징 후에 판매하지 않는 것이냐?'

 

........

 

에이징이라는 단어가 길들이기라는 의미로 사용된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늙어간다는 노화라는 의미에만 집착하면 이런 오해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또 이런 오해를 하는 분들은 대개 출고 직후의 제품이 최고의 상태일 것이라는 근거도 없고 완전히 잘못된 믿음을 맹신하고 계시더라구요.

 

 

자동차도 새로 사면 길들이기 해야 됩니다.

 

이 과정에서 차가 잘달리게 되는게 아니라 안좋아지기도 하나요?

 

좀 달렸다고 주행 성능이 달라지니까 불량품인가요?

 

길들이기 잠깐 했다고 주행 성능이 그렇게 달라졌으니 한 3만km쯤 타면 노화하다 못해 차가 완전 망가지겠네요?

 

차 길들이면 좋아지는거 뻔히 아는데 왜 미리 5000km쯤 달리게 한 뒤에 팔지 않는 것일까요?

 

 

야구 글러브도 새 제품 사면 못씁니다.

 

길들여야 사용할 수가 있어요.

 

하지만 이분들 논리라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야구 글러브는 불량품이네요.

 

그리고 그 딱딱한 글러브가 1주일 딱 길들였다고 그렇게 부드러워지는데, 1달 길들이면 사람 피부처럼 부드러워지고 1년 쓰면 녹아 없어지겠네요?

 

아니면 글러브를 길들여도 전혀 좋아지지 않기 때문에 제조사들이 그냥 파는 거네요?

 

 

하다 못해 청바지를 사도 며칠 입으면 조금 늘어나고 편해집니다.

 

그런데 그 바지가 늘어나는 속도가 선형적으로 유지되어서 계속계속 끝없이 늘어나서 고무줄이 되어 버리나요?

 

아니면 구매 당시의 그 뻣뻣한 상태가 제조사에서 의도한 베스트 컨디션인가요?

 

입으면서 늘어나는 걸 전혀 고려하지 않고 생산하는 걸까요?

 

......

 

이 외에도 신발, 악기같은 공산품은 물론 공장에서 돌리는 기계 등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세상 천지에 어떤 기계도 출고 되자마자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걸 알고 있다고 해서 길들여서 파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몸이 풀리는 정도의 변화 이후에는 고장 or 파괴되기 전까지는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짧은 시간동안 많은 변화가 느껴졌다고 해서 그 변화속도가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좀 더 쉽게 예를 들면 기계, 전자 제품의 수명은 대충 아래와 같습니다.

 

1.신품 상태 - 2. 의도된 성능을 보이는 정상 상태 - 3. 노화가 많이 진행되어 슬슬 품질이 떨어지는 상태 - 4. 고장

 

 

그리고 사용 기간 또한 대강 이렇습니다.

 

111 / 22222222222222222222222222222222222222222222222222222222 / 333333 / 4

 

 

여기서 1에서 2로 넘어가는 과정이 에이징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1에서 2로 넘어가는 과정을 에이징이라 부르기 때문에!! 에이징을 하면 무조건 좋아진다고 하는 겁니다.

 

몸이 풀리고 길이 들었는데 어떻게 안좋아질 수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1234가 다 같은 기간을 유지하는게 아닙니다. 다들 경험적으로 아시지 않나요?

 

이건 맞고 틀리고 자시고 어쩌구 저쩌구 따질 게 아니고 그냥 물리적으로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냥 이렇게 생겨먹은거라 어쩔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한사코 에이징이 없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은 왜 과학을 부정하는 것일까요.

 

보다 보면 '에이징은 있어서는 안되는 거야!' 라는 종교적인 믿음마저 느껴질 정도입니다.

 

명백하게 존재하는 걸 왜 없다고 그렇게들 우기는 건지...

 

똑똑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건 이해를 합니다만,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본인들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척 포장하려 할 수록 더 안타깝게 보인다는 것을 왜 모를까요?

 

뭐 알면 이성적인 사람이겠죠ㅎㅎㅎㅎ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예전에 모니터 주사율 60hz 이상은 사람의 눈으로 구분하지 못한다는 그런 말들이 생각납니다.

 

그때 120hz 랑 60hz랑 차이를 느꼈다고 말한 사람들 역시 미신에 빠진 사람 아니면 허풍쟁이 취급밖에 못 받았죠.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144hz 모니터 쓰다가 60hz쓰면 눈썩는다 그러지 않나요?ㅋㅋ

 

 

인간의 감각은 오류도 많지만 의외로 굉장히 정밀하기도 합니다.

 

인간도 어쨌든 동물이며 삶에 있어서 오감의 의존도가 상당히 높거든요.

 

 

그리고 또 말씀드리고 싶은건 개인 간의 감각 차이도 굉장히 큽니다.

 

내가 못 느끼는 맛의 차이를 누구는 판별하기도 하고,

 

내가 못 듣는 소리를 누구는 듣기도 하며,

 

내가 보기엔 똑같은 그림에서 누구는 차이를 찾아내기도 합니다.

 

내가 못 느낀다고 해서 그게 무조건 없는 게 아닙니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고 잘난 내가 못느끼는걸 감히 니깟 미천한놈들이 느낄 수가 있다고? 거짓말 하지마! 내가 모르면 그건 인간이 못 느끼는거야!'

 

같은 마음은 조금 내려 놓으시고 세상에는 나보다 부분적으로 뛰어난, 즉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게 좋습니다.

 

 

뭐 어쨌든, 에이징은 실제로 존재하니 음향기기를 구매하시는 분들은 이 점을 알고 계시기 바랍니다.

 

아 추가적으로 말하면 제품 크기나 구조에 따라 에이징에 걸리는 시간이 다릅니다.

 

에이징 하면서 변하는 정도 또한 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극적인 변화를 경험할 수도 있고 어떤 경우는 미미한 차이밖에 못느낄 수도 있습니다.

 

제조사에 따라 매뉴얼에 에이징 시간을 명시하는 경우도 있고, 제조 공정에 에이징 겸 테스트 기간을 포함하여 실사용시에 에이징이 필요 없다는걸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는 제품도 간혹 가다 있긴 하니 구매시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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